주말을 꼬박 반납하며 책을 읽었고, 나는 10여 년 만에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여 엄청난 책을 발견했다고, 계약하겠다고 말했다. ⓒ Courtesy of Amazon Studio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 나를 울릴 만한 책을 만나지 못한 탓인지, 쉼 없이 돌아가는 팍팍한 삶에 지쳐서인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오열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은 (너무 오래되어 민망하지만) 『가시고기』와 『아버지』 정도다. 그러다가 평소 팬이었던 스티브 카렐과 티모시 샬라메가 부자간으로 나오는 영화 「뷰티풀 보이」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책의 원작이 있다는 걸 알았다. 주말을 꼬박 반납하며 책을 읽었고, 나는 10여 년 만에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여 엄청난 책을 발견했다고, 계약하겠다고 말했다. 『뷰티풀 보이』 는 마약 중독에 빠진 아들의 치유 과정을 함께하는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간다. 7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동틀 녘에 태어난 아름다운 아들 닉. 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가 각종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되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수없이 재발을 반복하며 스스로는 물론, 가족들까지 파괴시킬 줄 누가 알았을까. 아직 약물 혹은 알코올 중독이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자. 어김없이 각종 마약성 약물과 술이 포함되어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닉은 호기심으로 접한 약물에 중독되어 완전히 무너진다. 한때 누구보다 밝고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이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주 깊숙이 침잠해서는 다시 떠오르지 못한다. 맥없이 쓰러져가는 아들을 지켜보며 아버지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아무 데나 쓰러져 있는 아들을 찾아 재활원에 입원시키고, 도망간 아들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저 살아 있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전부 다야’라고 말했다. ‘사랑해, 보고 싶어, 미안해’를 줄여 표현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아버지와 아들이 “전부 다야”라고 주고받는 장면을 꼽겠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왜 그것뿐이겠나. 하지만 “전부 다야”라는 짧은 말 안에 입으로 말할 수 있는 모든 것과 차마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담겨 있음을 그들은 안다. 다행히도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약(특히 ‘메스’라는 약물) 중독에 완치는 없다지만 8년째 약을 끊고 있는 닉과, 닉이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가족들이 있다. 너무나 소설 같은 실화여서일까. 몇 번이고 소설이라고 착각하며 『뷰티풀 보이』 를 작업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잔인한 것이 현실이리라. 하지만 소설보다 더 아름다운 것도 현실이지 않을까. 영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배역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는 두 배우들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아들 닉을 맡았던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는 보지 않아도 좋으니 책은 반드시 읽으라”고 말하기도 했다.『뷰티풀 보이』 의 편집자로서 나는 감히 이 책에 ‘구원’이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 책은 한 인간을 구원한 아름다운 기적의 여정이라고. (그러니 영화는 보지 않더라도 책은 꼭 읽으시라!)- 조예원 편집자